가변적인 디지털 구조와 천연적 재료인 무늬목이 전시라는 시공간에서 맞물리며 《무늬사건》이 일어난다. 무늬는 이동의 흔적으로서 운동성을 지니지만, 동시에 정보의 집약체이다. 사건은 예측할 수 없는 여러 우연적 요소들이 교차할 때 발생한다. 무늬사건은 인지하지 못하던 작은 요소들이 일시적이고 우연적인 형상으로 드러나는 순간을 탐구한다.
김신애는 형태, 사건, 그리고 정보가 서로 얽히며 생성된 장(plane)으로서 무늬목을 떠올린다. 나무가 체득한 유기적인 정보들은 무늬로 기록되고, 이 무늬는 다시 Hall1이라는 공간과 전시라는 사건과 관계하며 나무가 가진 정보의 구조를 얇은 표면으로 드러낸다. 작가가 2020년 부터 천착해온 디지털 머터리얼은, 촉각성은 없지만 물리적인 신체의 부재로 인해 오히려 이미지 자체의 의미에 더 집중하게 되며, 순수하고 천의무봉한 정보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이번 전시는 이러한 디지털 구조와 무늬목의 특성을 통해 비물질과 물질의 개념적 경계를 넘나들고, 서로 다른 두 물질은 공간을 감각하게 하는 유기적인 정보의 집약이자 통로로서 상호작용하며 새로운 형태적 가능성을 드러낸다.
-문소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