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틱 스토리지》는 이전 질병 관리본부의 시약 창고로 사용되었던 SeMA 창고를 파편화된 정보의 순간적 저장 장소로 해석하는 공간 설치 전시다. 김신애 작가는 무수한 형태로 분산되는 정보의 형태를 갖춰가는 장소로 SeMA 창고를 다루며 다층적인 설치를 시도한다. SeMA 창고는 가로세로 그리고 높이 정보가 기록된 구조물들이 수직으로 서 있는 형태로 구성된다. 작가는 이 공간에 이진법으로 변화된 정보들을 구조물로 설치하여 관람객의 시선을 교란하면서도 이끈다. 다양한 방향으로 설치된 작품들은 공간의 요소들과 관계를 맺으면서 때로는 선반의 가로축과 연결되기도 하고 때로는 세로축과 연결되기도 하며, 천장에서 떨어지는 빛과 연결되거나 천장의 구조물에 이어지면서 다양한 장면을 연출해낸다. 특히 구조물의 한 단면을 여러 시점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구성된 설치 작품은 관람객의 능동적 개입을 유도한다. 디지털 드로잉과 그것을 올려놓은 선반, 그리고 공간에 다가가 작품이 전달하는 메시지를 체험할 수 있는 것이다. 《로맨틱 스토리지》에서 작품과 공간이 부대끼며 만들어내는 감각적인 관계는 관람객의 시선이 멈추는 곳 그리고 시선의 이동을 따라 새로운 형태를 내보인다. (서울시립미술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