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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yungRyul Park, EomYu Jeong: : Blue Face and Black Peony

박경률, 엄유정: 파란 얼굴과 검은 작약

8월 16일 - 9월 17일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 48-1 2층

무료

수-일 : 12:00-19:00

2023년 8월 16일부터 9월 17일까지 스페이스 윌링앤딜링에서 열리는 박경률, 엄유정 2인전인 <파란 얼굴과 검은 작약>의 전시명은 박경률 작가와 엄유정 작가의 그림으로부터 빌어온 단어들이다. 이 전시의 제목은 직관적으로 특정 이미지를 떠오르게 한다. 관객이 전시장에서 실제 체감하게 되는 이미지는 이 제목으로부터 미리 인식된 이미지와의 틈을 만든다. 또한 두 작가는 ‘드로잉’이라는 장르적 특징을 각자의 방식으로 해석하여 본 장르에 대한 확장된 가능성과 힘을 보여준다.

두 작가의 이미지들은 서로 다른 지점에서 출발한다. 즉 박경률은 마치 자동기술법처럼 상상으로부터 떠오르는 이미지를 즉흥적이고 연속적으로 다루고 있는 반면, 엄유정은 구체적인 대상을 모델로 하여 이미지화하고 있다. 박경률의 드로잉은 주로 유화물감 작업이 가능한 질감과 두께가 있는 유화지 혹은 캔버스천 위에서 행해진다. 이 작가의 여느 거대한 캔버스와 마찬가지로 다양한 색과 이미지들로 구성된다. 작가는 주로 회화 설치를 위한 공간 구성의 한 부분으로서 그려지기도 했던 드로잉들을 회화 작업의 과정 속에서 파편화된 부분들을 별도로 담아내는, 또 다른 회화의 연장이라고 보고 있다. 엄유정의 드로잉은 종이와 선을 다룬다는 점에서 그 장르적 특성이 명확하다. 하지만 이 작가의 캔버스 회화 작업과정 역시 실제 풍경을 과감하게 생략해가면서 가장 인상적인 특징을 잡아내고 있으며, 절제된 색과 붓질로 화면을 완성하고 있다. 이러한 특징은 작가가 회화를 다룰 때의 대상을 대하는 태도가 드로잉을 다룰 때의 태도와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박경률은 자신의 상상으로부터 드러나는 모호한 이미지와 여기서 발생하는 감각을 다양한 요소로 구체화한다. 유학시절(2017년 전후)을 기점으로 작가는 캔버스 안에서 만들어지는 이미지를 실제 화면 밖에서 물리적 덩어리를 가진 형상으로 구현하면서 캔버스를 포함한 설치형식의 회화로서 특정 환경을 구축하는 기법을 실험해왔다. 이번 전시에서 보여주는 작품은 박경률이 여느 전시에서는 보여주지 않고 있었던 독립적인 드로잉들로 구성된다. 작가는 면으로 지정되는 화면을 부드럽게 퍼져나가는 색감으로 구현하고 즉흥적인 선과 면, 점 등을 그려나가며 화면을 구성하는데, 이는 평면으로부터 공간적 감각으로 변환시키는 효과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이들은 거대한 캔버스나 공간을 점유하였던 회화 이전의 보다 원초적인 풍경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엄유정은 대상을 관찰하고 드로잉과 페인팅으로 재현하는 작업을 해오고 있다. 주로 인체, 풍경, 식물 등을 소재로 실제 장면을 관찰하거나 기억하여 이를 재현하는 과정에서 과감한 생략을 시도하는 동시에 가장 특징적인 지점을 표현해냄으로써 누구나 공감하는 특징을 강조하는 독특하고 생동감있는 화면을 만들었다. 이번 전시에서 엄유정은 무채색 혹은 단색 톤의 식물 이미지를 대상으로 한 드로잉 시리즈를 선보인다. 화면에는 식물을 선으로 치환하여 그 구조를 추적하며 화면의 중앙, 혹은 전체를 점유한다. 작가가 구사하는 선은 휘어지고 늘어지고 흐들거리지만 강렬하다. 또한 이미지를 둘러싼 빈 여백으로부터 공허함보다는 서정적인 정서가 진하게 우러나온다. 작가가 그려낸 식물들은 특정 대상을 바라보기부터 시작하고 있지만, 대상이 가지고 있는 잠재적 추상성을 끌어내고 있는 것이다.

- 스페이스 윌링앤딜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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