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적 경험은 끊임없이 변화하는 이미지들에 의해 형성된다. 우리는 매일 눈앞에서 부딪히는 형상들 속에서 의미를 찾고 그 의미가 고정될 순간을 기다리지만 우리가 접하는 세계는 이제 단순히 형태와 의미로 정의될 수 없는 ‘무형의 경계’ 속에 놓여있는 듯하다. ‘무형의 경계’는 익숙한 형상, 질감, 색감들이 점차 모호해지고, 그 본래의 맥락이나 의미가 흐려지면서 새로운 방식으로 존재하게 되는 지점을 의미한다. 이번 전시는 바로 그러한 경계의 변화를 시각적으로 풀어내려는 시도이다. 이진형과 임재형은 각각 회화를 통해 ‘형상과 의미의 불확실성’과 ‘무형의 존재’를 탐구하며, 관객이 그 속에서 감각적이고 철학적인 반응을 일으킬 수 있도록 유도한다.
이진형(b.1982)의 작품은 시각적 이미지의 본질적인 요소를 재구성하며, 우리가 익숙하게 인식하는 형상과 의미의 경계를 넘어선다. 그는 다양한 이미지를 수집하고 이를 반복적으로 응시하는 과정에서 원래의 의미를 흐리게 만들고, 오직 형태와 질감만을 강조하는 방식으로 작업한다. 디지털 편집 기법에서 착안한 왜곡, 클로즈업, 크롭 등을 통해 기존 이미지를 재편집하고 왜곡함으로써, 관객은 본래의 맥락을 넘어서 형상과 그 본질적인 물성에 집중하게 된다. 이진형이 만들어낸 새로운 화면에서는 원래의 상징성이 사라지고, 오직 시각적이고 감각적인 경험만이 남는다. 그의 작업은 우리가 일상에서 접하는 이미지들 속에서 ‘무형’으로 변해가는 경계를 찾아내고, 그 경계를 새로운 형태로 변형시킨다.
임재형(b.1988)은 자연의 변화와 기억, 존재와 부재의 개념을 회화적으로 풀어낸다. 그의 작품은 고정된 형상이 아닌, 흐름과 변화를 중심으로 한 감각적 경험을 탐구하며, 관객이 그 속에서 존재와 비존재의 경계를 넘나드는 경험을 하도록 이끈다. 임재형의 회화는 형상화할 수 없는 대상들—물, 바다, 연기,그늘-을 주요 모티프로 삼으며, 이들 비정형적이고 유동적인 대상을 통해 변화하는 순간과 감정의 흐름을 포착한다. 그가 만들어낸 장면 속에서는 한순간의 변화가 영원히 이어지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며, 그 속에서 우리가 느끼는 감각과 기억의 흐름을 반영한다. 임재형의 작업은 형상과 의미가 모호하게 얽히며, 그 경계를 허물고 관객에게 더욱 깊은 감각적 경험을 제공한다.
이번 전시는 우리가 경험하는 세계 속에서 형상과 의미가 허물어지는 순간을 포착하고, 그로 인해 발생하는 새로운 감각적 경험을 탐구한다. 이진형과 임재형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회화의 물성, 질감, 그리고 변화를 통해 형상과 의미의 경계를 넘어서는 시각적 경험을 제시하며 관객에게 단순한 시각적 관람을 넘어서는 깊은 인식을 이끌어낼 것이다. 전시를 통해 회화의 물성이 가진 잠재력을 깊이 탐색하며, 형상과 의미를 넘어서는 새로운 시각적, 감각적 체험을 경험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