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이앤초이 갤러리는 우베 헤네켄과 피에르 크놉의2인전 '달콤한 풍경, 미지의 행인들'을 선보인다. 두 작가는 풍부한 기법과 스타일, 색채의 조화를 통해 산수화의 전통을 탐구하는 동시에 심층적인 인간의 존재성과 우리를 둘러싼 환경에 대한 담론을 전달한다.
우베 헨네켄의 작품의 중심에는 시간의 순간성을 직면하는 인류의 모습에 대한 탐구가 자리잡고 있다. 다중적인 상징들로 가득 찬 그의 캔버스는 환상 속 지형과 신비로운 땅을 배경으로 끊임없는 여정을 떠나는 행인들이 등장한다. 그들만의 방향성을 찾기 위해 떠나는 이 여정은 정신없이 빠르게 변화하고, 세계화되고, 디지털화되는 복잡한 현대 사회 속 혼란에 빠진 우리의 모습을 반영한다. 끊임없는 변화 속에 사로잡혀 안정성과 방향성을 갈망하는 모습이다.
마치 스텐실을 사용한 것 같이 정밀한 헤네켄의 인물들은 그림자가 없는 반물질 모습이지만 대조적인 색상과 패턴으로 가득 채워진다. 이러한 역설적인 형태는 현재에 머물지 못한 채 과거와 미래 사이에서 줏대 없이 흔들리는 현대인의 모습을 우화적으로 보여준다. 하지만 작가의 작품은 주제의 무거움에도 불구하고 눈에 띄게 낙관적이다. 선명하고 다채로운 색을 머금은 캔버스의 구성은 삶의 고단함을 이해하고 자신만의 의미를 찾고자 나아가는 작가 본인의 모습 또한 담겨있다.
헤네켄의 작품들은 다양한 세계와 시대를 함축적으로 보여주지만, 복잡한 형태와 패턴의 그물망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출구 또한 제시하여 혼돈 속에서도 자신이 나아갈 방향은 개개인의 선택에 달려 있음을 상기시킨다. 이러한 메세지는 현재를 직면하기 위한 여정에서 타인을 향한 배려와 희생정신의 중요함을 강조하는Handschlag(Handshake, 악수)(2023)와 Hingabe(Surrender, 항복)(2023) 두 작품에서 나타난다. 작가 토마스 휴블이 제시하듯, “열려 있는 길이 무한하다는 것을 알았을 때, 현재를 위한 시간이 생긴다.”
피에르 크놉의 회화는 몽환적인 색채와 디테일로 이루어진 꿈 같은 풍경과 환상인 장면들로 관객을 초대한다. 고요한 산맥, 잔잔한 바다 등 본능적으로 움직이는 붓질을 통해 완성되는 작가의 산수는 드로잉과 페인팅, 가벼움과 무거움, 질서와 혼돈 사이의 경계를 초월하여 회화의 심도 있는 본질을 드러낸다.
앞선 낭만주의의 선구자들이 그러하였듯 크놉의 현대적 낭만주의는 자연의 웅장함과 자연과 인류의 깊은 연관성을 강조하며, 그의 작품은 자연에 표하는 경의와 의구의 어둠으로 물든다. 즉흥적인 붓질은 풍경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반면, 강렬하고 조화로운 색채는 깊숙한 작가 내면의 세계의 일면을 보여준다. 작가의 풍경화 시리즈는 팬데믹과 락다운 기간 동안 알프스 산맥에 자리잡은 스튜디오에서 나날을 보내며 시작되었고, 그러한 과정을 통해 그려진 자연의 모습 중심에는 공포와 향수, 위험과 안식, 무자비함과 원초적인 유혹이 동시에 자리잡고 있다.
크놉의 작업은 개인적 경험과 집단의 역사가 뒤엉켜 있는 방대한 기억의 샘으로부터 시작되며, 과거의 장면, 우연히 발견한 이미지, 사진 속 형태 등이 캔버스 표면 위에 결합된다. 최근 아버지가 된 작가는 유대 관계의 심오한 아름다움과 우리 삶을 구성하는 일상적인 순간들에 대한 오마주를 전한다. Charlotte(2023), Father and Son(2023), 그리고 First Hike(2023)와 같이 가족들에게 바치는 러브레터는 색과 형태의 조화를 통해 지극히 개인적인 서사를 작업의 중심적인 메시지와 맞물려 전달한다.
우베 헤네켄의 환상 속 형태들은 피에르 크놉의 몽환적인 풍경과 조화를 이루며 풍부하고 다양한 대화를 이끌어간다. 크놉의 작품 속 자연의 치명적인 아름다움과 헤네켄의 사유적 깊이 사이를 넘나들며 향수와 성찰, 자연의 숭고함과 인간 내면의 심오함을 탐구한다.